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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대전에 사시는 선교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평생 필리핀에서 사역하시고 이제 귀국하셔서 성경 연구에 몰두하시는 존경하는 선배 목사님이시다. 내용은 길을 가다가 해당 영화의 포스터를 보며 이런 식으로 사도 요한의 복음과 메시지를 왜곡하면 안 되지 않는냐는 개탄의 소리였다. "영화 하나를 갖고 뭐 대수라고 그러세요? 그냥 무시하면 되죠." 라고 말씀 드렸더니 이는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라고 하신다.

 

이 영화의 원제는 "Before the Wrath"이다. 하나님의 진노 전에 어린 양의 혼인잔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제작자의 의도를 고려한다면 환란 전에 휴거를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라는 의미로도 들린다. 한글 제목은 "가나의 혼인잔치: 언약"이다. 한글 제목만 봐서는 전천년적인 세대주의적 근본주의 기독교의 냄새를 제거했다는 느낌이다.여전히 한국의 기독교는 근본주의의 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에게 기독교 복음을 전해 준 분들이 그쪽 분파의 목회자들이기 때문이다. 이것도 구한말과 일제라고 하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 하나님의 섭리의 일부라고 여기며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80분도 안 되는 런닝 타임이 거의 3 시간처럼 느껴진다. 영화 전체를 통해 깔리는 배경 음악은 단조로운 멜로디의 가사 없는 곡조로 신비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기획된 것 같다. 하지만 신비감 보다는 지루함을 주는 가장 큰 요소로 느껴진다. 게다가 등장인물은 주로 인터뷰에 응하는 사람들이 전부이며 그들은 자신들의 견해를 반복적으로 몇 차례씩 되풀이한다. 그 외에 예수님 당시 갈릴리 지역의 문화였던 결혼식 풍습을 재연하는 배우들의 장면들이 삽입되는데 이 장면의 90%가 슬로우 모션으로 처리된다. 역시 지루하다.

 

인터뷰에 응하는 사람들은 기독신문(www.kidok.com)의 문구를 보면 다음과 같다.

 

"요한계시록과 종말론에 정통한 인류학자 제이 맥칼, 강해 설교로 저명한 캘리포니아 갈보리교회 원로목사 잭 힙스, 신앙을 기반으로 한 통계 회사 라이프웨이의 이사 스콧 맥코넬, 미국에서 가장 큰 성경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는 올리브트리 미니스트리 대표 잰 마르켈 등 전문가들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하지만 제이 맥칼은 기독교교육학을 공부한 사람이고 해당 영화사(Ingenuity Films in California)에서 함께 일한다. 그의 블로그나 동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올리브트리 미니스트리의 창업자인 잰 마르켈은 어떤 학문적 배경을 가졌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유대 언약주의 설교가를 통해 구원을 받았고 그 후 기독교 근본주의의 선전을 위해 헌신하는 사업가이다. 각본은 브렌트 밀러 주니어 감독이 직접 썼는데 그는 해당 영화사(Ingenuity Films in California)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그 외에 라이프웨이 리서치 임직원들도 인터뷰이로 등장한다.

 

 

주장하는 내용은 갈릴리 지역의 중요성을 먼저 말하는데 그 이유로 복음서의 2/3 정도가 갈릴리 지역과 관련이 있다는 통계를 제시한다. 따라서 갈릴리의 문화적 특성으로 복음을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갈릴리에서 결혼식 피로연 날짜는 오직 신랑의 아버지만 결정할 수 있고 아무도 모르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러한 문화적 특징이 바로 예수님의 '재림의 날짜는 예수님도 모르고 오직 하나님만 아신다'는 성경 기록의 배경이라고 한다. 따라서 당시 이 말을 들었던 예수님 주변 사람들은 그 의미를 100% 이해했을 것이고 우리도 그렇게 이해하고 해석해야 한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재림의 날짜를 알려고 하지 말고 재림의 목적과 이유를 알라고 주장한다. 재림의 이유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며 목적은 신부되는 그리스도인들이 갈릴리의 신부처럼 늘 깨어 있어 준비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예로 든 갈릴리의 결혼 풍습 설명에서 신부는 언제일지 모르는 신랑이 다시 올 날을 완벽하게 기다리기 위해 웨딩드레스를 입고 잔다고 설명한다. 정말 그런지는 이 영화를 봐도 잘 모르겠다. 새로 발견된 고고학적 사실들이 그런 사실들을 가리킨다고 반복해서 말하고는 있으나 어떤 발견물이 그런 사실에 대한 증거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냥 그렇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세 번째로는 갈릴리의 신부처럼 항상 깨어 준비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내용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다. 자신들의 예배(Lifeway Worship)에 참석하면 알게 된다고 은연 중에 암시하는 것 같다. 아직 한국에는 그런 예배(Lifeway Worship)를 드리는 곳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 영화를 통해서 한국에서도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면 진출할 계획인 듯 보인다.

 

그 외에도 요한복음의 가나 혼인잔치의 기적을 예수님의 언약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언급하는데 그 연결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또 그 날을 알려고 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 때가 언제인지 징조들을 보면 대충 짐작은 할 수 있다고 한다. 주님의 재림은 밤중에 도적같이 온다는 것을 문자 그대로 한 밤중에 오신다는 의미라고 문자적 해석을 하면서, 재림의 날짜는 하나님 외에는 아무도 모르지만 짐작은 할 수 있다는 말은 듣기에 혼란스럽다.

 

전체적인 느낌은 지루하고 혼란스러우며 뭔가 부자연스럽다. 휴거와 가마 타고 가는 신부의 모습을 공중으로 들려 올라간다는 개념의 연결고리라고 보는 것과 같은 논리적 비약이 여러 곳에 존재해서 설득력이 약하다. 그리스도인의 여부를 떠나 재림에 대해서 오히려 반감만 조성할 우려가 있다. 인용한 성경 본문도 요한계시록과 데살로니가전서 그리고 요한계시록의 일부 특정 구절만을 연결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늘 그렇듯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효과가 있을 듯 하다. 정말 대수롭게 여길 것이 없다. 엄청난 비밀을 말한다고 하지만 무엇이 엄청난 비밀인지 전혀 와 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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